책과 옷을 좋아하는 디자이너 양민영이 매거진 <CA> 디자인을 맡았다.Cooler than the cool. <쿨>보다 더 쿨하게. 디자이너 양민영은 1인 출판사 불도저프레스 운영자로, 비정기적 패션 잡지 <쿨> 편집자 및 디자이너이자 선주문-후생산 ‘스와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책, 잡지, 포스터, 프로젝트 등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는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책과 옷’이다.‘하나를 시작하니까 다음이 생긴다’고 말하는 그가 이번에 또 다른 ‘다음’을 맞았다. 바로 매거진 <CA> 디자인을 하게 된 것이다.그의 작업은 대체로 ‘왜 아무도 안 하지? 그럼 내가 만들어야지’라든지, ‘이런 게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CA> 디자인은 그런 동기로는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선보인 작업과는 성격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CA> 디자인 역시 그가 하나하나 시도해 온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흥미로운 작업에 관해, 그리고 매거진 <CA>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CA : 작업 얘기부터 해볼까요? 잡지 <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어렸을 때부터 옷을 좋아했어요. 세 살 터울의 언니 따라서 주니, 논노, 지퍼 같은 일본 잡지들 보면서 컸어요. 한국 기성 패션지를 보면 비싸고 예쁜 옷을 볼 수 있어서 좋긴 한데, 보면 볼수록 어딘가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져서 제가 좋아하는 옷의 면모를 담은 잡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어요. CA: <쿨> 2호는 키워드가 ‘summer’더라고요, 여름에 관한 내용이 많아 흥미롭게 봤어요.<쿨> 2호는 기본적으로 단어 ‘쿨cool’을 ‘시원한’으로 해석하고, 여름에 떠오르는 전형적인 시각이미지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했어요. 양말에 샌들을 신는 조합이나 하와이안 셔츠 같이 소위 ‘안 좋은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한데 모으기도 하고요. 표지와 전체 호를 감싸고 있는 그래픽 화보는 아이스박스를 찍은 사진들인데요, 이것도 같은 맥락으로 촌스럽지만 멋있다고 생각해서 실었어요. 1호에는 길거리에 유니폼을 입은 분들의 스트리트 사진을 실었다면, 2호에는 전국의 시장에서 찾은 아이스박스 패턴 사진을 일종의 스트리트 사진이라고 생각해서 실었어요. CA: 하와이안 셔츠 마니아분들은 어디서 찾았어요?수소문했어요. 잡지를 만들기 위해선 인맥이 있어야 하는구나, 이때 느꼈어요. 하와이안 셔츠를 입는 사람은 한국에 당연히 많겠지만, 그 사람을 찾고 섭외에 성공하기까지가 쉽지 않았어요. 인터뷰한 분들의 옷을 받아서 찍었는데, 바쁘신 와중에 다들 세탁소에까지 맡겨가며 깨끗한 상태로 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했어요. CA: <옷정리>라는 걸 매년 해오셨는데, 어떤 건가요?<옷정리>는 옷장 속 안 입는 옷을 정리하는 행사예요. <옷정리>를 처음 했을 때 이걸 매년 할 거라고 생각은 못 했어요. <옷정리1>, <옷정리2>가 저의 개인적인 옷을 정리하는 이벤트의 성격이 강했다면 세 번째부터는 성격이 좀 달라졌어요. 1, 2회 때 방문해주시고 같이 옷을 정리해봐도 좋겠다고 의견을 주신 분들이 계셔서 3회부터 같이 하게 되었어요. 올해에도 <옷정리4>가 열릴 예정입니다. 8월부터 9월까지 약 한 달간 서울역의 TMO 공간에서 진행될 예정이에요. CA: 옷은 어디서 사요? 지금 입고 있는 옷도 궁금해요.음 딱 한군데 어디서 산다고 말하기가 어렵긴 한데… 빈프라임 혹시 아세요? 지하철에 있는 큰 빈티지 가게인데 꾸준히 정기적으로 가는 곳이에요. 자주 사진 못하지만 비싼 옷을 보러 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올해에 브루클린 빈티지샵에서 샀어요. 컬러 조합이 매력적이고, 결정적으로는 실크인데 25달러였어요. CA: 스와치 서비스 얘기 좀 해주세요. 샘플이 파란색인 이유가 있나요?스와치 서비스는 원하는 색상을 고르면 그 색상으로 제작해드리는 서비스예요. 옷을 고를 때 모양이 마음에 드는데 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특히 화려한 색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원하는 색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비정기적으로 아이템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주문은 2~3주간 받고, 주문 기간 동안 ‘임시가게’라고 부르는 오프라인 팝업 매장에서 파란색 샘플 아이템을 직접 보고 입어볼 수 있습니다. 샘플이 파란색인 이유는 가장 단순하게는 제가 파란 옷을 좋아해서예요. 스와치 서비스는 실물 옷을 만드는 프로젝트이지만 동시에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해요. 그래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관점에서 강렬하면서도 옷이었을 때 원색임에도 비교적 대중적인 색상인 파란색을 사용한 측면도 있고요. CA: 스와치 아이템을 런웨이에 세우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모델은 누가 될까요?제 주변에 평범한 사람들이요. 제가 스와치 서비스 착장 컷을 촬영하면서 생각해왔던 게 있어요. 보통 쇼핑몰은 ‘주말에, 카페에서, 이렇게 입으세요’ 같은 느낌이 들도록 사진을 연출하잖아요. 스와치 서비스의 착장 컷은 그런 걸 최대한 피해서 옷만 보이도록 했어요. 공급자가 스타일을 직접 제안하지 않고 옷을 사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을 스스로 좀 더 떠올려보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쉽게는 색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죠. 같은 모양이라도 색이 다르면 분위기가 확확 바뀌니까요. CA: 뭔가 하는 에너지는 어디서 자꾸 나오나요?처음엔 재미있는 걸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 같아요. ‘이런 거 있으면 재밌을 거 같은데. 누가 했으면 좋겠다, 왜 아무도 안 하지? 그럼 내가 해야지’ 이런 사고의 흐름이었달까. 그리고 하나를 시작하니까 다음이 생기더라고요.CA: 이제 <CA> 이야기를 해볼까요? 매거진 디자인을 의뢰 받고, 기분이 어땠나요?기분이라, 어렵네요. 제가 잡지를 좋아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잡지를 만들 기회가 생겨 좋았어요. CA: 지금까지 7-8월호를 디자인한 과정을 이야기 해 주세요.우선 콘텐츠 이해가 가장 우선되어야 했어요. 섹션별로 특성이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미팅 때 질문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각 항목의 위계가 중요하다고 해서, 처음 시안에는 그 부분을 유의해서 디자인하려고 했고요. 지금은 전체적인 콘셉트를 생각하는 단계에요. 처음엔 콘텐츠를 조각조각 나누어 면밀히 들여다봤다면 지금은 흐름에 맞추어 각 페이지 운용을 어떻게 할지, 최종적으로 어떤 인상을 줄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디자이너로서 해야 할 작업을 했다가 지금은 아트 디렉터가 할 법한 구상을 하는 셈인 것 같아요. CA: <CA> 디자인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내용을 파악해서 디자인에 반영하는 게 저의 역할일 것 같아요. <CA>는 독립 잡지처럼 좁은 분야를 깊게 다루는 게 아니라 많은 콘텐츠가 조각조각 실리는 종합지이자 상업지니까, 시스템이 중요할 것 같아요.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고 일관된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죠?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에서 각호마다 내용에 맞는 디자인이 펼쳐지면 재미있을 것 같고요. 어쨌든, 받은 재료를 가지고 최상의 디자인을 하는 게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CA: 이번 호 디자인의 특징이 있다면요?우선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씨에이 로고에 밑줄이 생기기도 했고,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서 표지와 내지에 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CA>는 <쿨>과 성격이 다르지만, 내용적인 측면으로나 디자인에서 저의 색깔을 넣어 유의미한 시도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서너 번째 호까지는 서로 맞춰가야 하지 않을까요? 콘텐츠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디자인을 같이 얘기할 수 있으면, 제가 좀 더 명확하게 제안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CA: 이제 시작이에요. 방향만 확실하다면, 앞으로 더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을 거예요.새로운 시도가 들어가면 재밌을 것 같긴 해요. 과감하게. 국내 콘텐츠 부분에서는 젊은 작업자들이 많이 소개되는 잡지인 만큼 디자인에도 과감한 시도가 많이 보일수록 좋을 것 같아요. 조금씩 해보려고요. (웃음) 이 인터뷰의 전문은 2018년 7-8월호 : '여름과 디자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